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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31 민심을 만드는 광고

민심을 만드는 광고

2012.12.31 17:56 | Posted by 춘부장

 

1997년 4월 5일(42호)




SK텔레콤 '핵폭탄 광고'이렇게 만들었다

 
연달아 터진 핵폭탄 광고를 보고 사람들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한 기업의 혹독한 자기비판과 고객서비스에 대한 매서운 다짐은 무책임과 복지부동에 질려버린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석장의 고백광고를 탄생시키기 위해 반년동안 다리펴고 잘 수 없었던 광고맨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양영찬 기자 chany@chosun.com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이 상태라면 조만간 삐삐며 핸디폰이며 다 바꿀겁니다.」「통화가 끊기는 현상이 많이 일어난다. 못 믿겠다 011!」 한국이동통신이 SK텔레콤으로 이름을 바꾸고 새 CI(기업이미지)를 만들면서 시작한 「책임」시리즈 광고를 본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반응도 저마다 다양하다. 「가려운 곳을 잘 긁어 주었다」「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가 가상하다」는 말이 들리는가 하면「소비자 우롱하는 깜짝쇼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여하튼 자신의 공개하기 싫은 치부와 소비자들의 불만을 있는 그대로 고백하고, 더 나은 서비스와 기업의 책임을 다짐하는 이 광고에 대해 소비자들이나 기업광고주들은 모두 큰 충격을 받은게 사실이다. 광고계에선 도대체 이런 광고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의 경쟁자들은 도대체 무슨 의도로 이런 핵폭탄 광고를 냈을까 궁금해하고 있다. 사실 SK텔레콤이 이 캠페인 광고를 염두에 둔 것은 지난해 6월부터. 당시 한국이동통신의 광고를 맡게된 제일보젤 팀에게 CI변경에 따른 광고전략을 수립하라는 요구가 내려왔다. 이에따라 이 팀은 지난해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 001」캠페인을 만들면서 어차피 바뀔「한국이동통신」이란 이름대신 「한국인의 통신 채널」을 부각시키는 등 CI 변경에 대비해왔다.

경쟁사와 해외사례 집중분석

연말부터 SK텔레콤팀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선 자료수집부터 손을 댔다. 최근에 CI를 바꾼 LG와 삼성그룹의 사례들을 수집, 회의실 벽에 잔뜩 붙여놓고 그 장단점을 연구했다. 해외 정보통신업계의 흐름과 국내 업계의 현황 파악도 병행됐다. 특히 관료적이고 방만한 서비스의 대명사이던 일본전기통신이 지난 85년 NTT로 CI를 바꾸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사례가 중점적으로 벤치 마킹 대상이 됐다. 1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시장 분석에 나섰다. 「바꾸면 잘 걸립니다」라는 카피 한 줄로 011 가입자들을 유혹했던 017 신세기통신과 한솔, LG, 한국통신프리텔 등 PCS(개인휴대통신) 3개사, 한국통신. 나래. 서울 등 CT2(발신전용 휴대전화) 업체들이 분석 대상이 됐다. 특히 LG정유와 LG PCS로 에너지와 정보통신에서 선경그룹을 조여들고 있는 LG그룹에 대한 맞대응 전략이 집중 논의됐다. 이 과정에서 「서비스 경쟁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개념이 도출됐다. 물론 「막판까지 뒤집기을 생각만 하고 있는」이 팀의 회의에서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들이 쓰레기통으로 던져졌다. 광고주인 한국이동통신과의 협의 과정에서 사정없이 메스가 가해졌다.

1월말이 되자 긴장의 강도는 하루가 다르게 더해갔다. 이때 누군가 한국이동통신의 내부자료인 「사용자 불만 사례집」을 들춰보다 무심코 한마디 했다. 「자아비판을 통해 솔직함으로 승부하자」는 방법론이 처음 제기된 것이다. 회의실이 아수라장이 된 것은 물론이다. 「사용자들은 누구 잘못인지 잘 모른다」「일부러 약점을 들춰낼 필요가 있는가」「당분간 개선되기 어렵다」라는 공격이 쏟아져 나왔다. 이 논쟁에 마침표를 찍게 한 것이 바로 미국 렌터카 업계의 만년 2위였던 에이비스의 고백광고였다. 「우리는 넘버 2-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는 카피 하나로 성공한 에이비스의 신화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는데 커다란 힘이 됐다. 「고백」의 컨셉이 확정되기까지 카피라이터 디자이너 AE등 SK텔레콤팀 전원은 끝도없이 계속되는 회의와 야근, 시장조사로 입안에 단내가 날 지경이었다.

'민심 대변하는 광고를 만들자'

2월초순에 느닷없이 「책임」이라는 화두가 등장했다. 한보비자금 사태가 그 도화선이 됐다. 이 땅의 국민들을 분노와 좌절로 몰아넣었던 한보 사건은 광고맨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다. 「민심을 대변하는 광고만이 파워를 갖는다」는 진리를 모르지 않는 이들로서는 한보사건을 통해 불거진 새로운 대중정서를 잡아내야 했던 것이다. 설날 휴가는 자동으로 반납됐다. 시안제작을 위해 맞춰놓은 스티로플 화판위에서 새우잠을 자야 했다. 광고 시안의 윤곽이 잡히자 수용자 반응조사에 나섰다. 광고주의 반응은 「놀랍다」「그러나 과연 될까」 「한번 해보자」로 압축됐다. 광고 전문가 그룹은 「새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뜻밖에 가장 적극적 지지를 보낸 것은 일반인 그룹. 「그런 광고가 나온다면 속이 시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고지가 남았다. 한국이동통신의 최고경영층을 설득해야한다. 이용찬팀장을 비롯해 모든 팀원들이 예상질의 응답을 준비하며 도상훈련까지 마쳤다. 혹시 광고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라는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감히 이런 광고를 준비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을 삼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2월19일 오전 10시 한국이동통신의 국제회의실에는 손길승부회장과 본부장급 이상의 임원 30여명이 앉아있었다. 이 자리에서 「책임을 지는 SK텔레콤」시리즈광고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 이름을 바꾸면 5등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이 광고는 1천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칠 것이다』『우리의 잘못도 있지만 고객들의 실수로 생기는 불만도 많다』…. 마침내 손부회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지금 안 바꾸면 평생을 후회할 지도 모른다.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는 정신으로 임해야 1등을 지킬 수 있다. 이 광고는 우리 내부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데도 필요하다.』 이 말을 들으면서 이용찬팀장은 벅찬 감격의 눈물을 삼켰다. 최고의 광고는 최고의 광고주가 만든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후 1개월여에 걸친 CF와 신문 광고 제작을 거쳐 3월24일 SK텔레콤 CI선포식과 함께 「누군가는 책임져야 합니다」라는 광고로 포문을 열었다. 제1탄 「못믿겠다 011!」제2탄 「정말 이래도 되는 겁니까?」 제3탄 「정신좀 차리세요, 제발!」핵폭탄이 연달아 터졌다. 『포연이 가실 즈음 여러분은 지상최대의 고객서비스 작전을 보게 될 것입니다.』SK텔레콤측의 암묵적인 5분 대기명령에 광고맨들의 얼굴은 또다시 긴장으로 상기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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